[다산 칼럼] 재계의 비명(悲鳴)

입력 2017-02-14 18:09  

수익 안기고 일자리 만들고 세금 내는 우리 기업들
트럼프처럼 기업 유치는 못할망정 칭찬 한번 하는 지도자 없다

잘못이 있으면 책임져야 하겠지만 CEO 해외출장길까지 막아서야

"더 열심히 해주세요" 하며 눈 한번 찡긋해주는 지도자 없나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 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생큐 삼성”이라는 글을 올렸다. 공장 하나 지어줄 것 같다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에 고맙다는 글을 직접 올린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갈지(之)자다. 중국에 각을 세우다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주한미군 관련 방위비 분담액을 당장 올릴 것처럼 했는데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어받은 미국의 경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가부채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임기를 마쳤다. 그런데 그의 임기 시작 시점에 10조6000억달러 정도였던 미국의 국가부채는 8년이 지난 지금 약 19조5000억달러로 거의 9조달러 증가했다. 우리 돈으로는 1경원이 넘는다. 1조원의 1만배가 넘는 빚이 새로 생긴 셈이다. 금융위기와 오바마케어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국가부채를 늘린 대통령이다. 전임 부시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 국가 빚은 약 6조1000억달러 늘어났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미국의 국가부채가 20조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가 살림을 맡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미국 정부 부담을 어떻게 해서든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다른 나라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고 우리나라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또 미국으로 기업을 불러들이면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이 걷히고 복지비 부담은 줄어든다. 이처럼 다른 나라들 그리고 기업 부문에 부담을 전가하면서 정부 부담을 줄여 재원이 마련되면 미국의 낡은 도로, 지하철, 공항, 교량 등 각종 인프라에 투자가 가능해진다. 경기도 부양하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이렇게 보면 다른 나라 기업이 미국에 들어와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어려운 시기에 국가 살림을 맡은 미국 대통령에게 정말 고마운 일인 셈이다. 이는 우리의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대략 1300만주 정도다. 2016년 삼성전자 주가는 약 52만원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식 한 종목을 통해 한 해 동안 번 돈이 7조원 가까이 된다. 주식 투자에 국경이 없기는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국 기업의 주식에 더 비중을 둔다는 홈바이어스(home bias) 이론도 있고, 어찌 보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기업이었기에 많은 투자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 한 종목만으로도 많은 우리 국민의 노후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수익이 발생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지도자들도 국민 모두에 도움이 되는 수익을 안겨주면서 일자리를 챙기고 세금을 꼬박꼬박 낸 기업들에 고맙다는 멘트 한 번 할 만한 상황인데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이슈가 되면서 칭찬은커녕 비판의 목소리만 높아졌다. 잘못한 만큼 책임을 져야겠지만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 잘 구별해 접근할 필요도 있다. 출국금지 조치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들의 외국 출장까지 취소되는 것을 보며 잘못한 것만 지나치게 문제 삼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분노에는 이유와 근거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밥상을 걷어차면 안 된다. 밥상을 걷어차면 분노가 가라앉은 뒤 허기가 밀려올 때 후회가 막심해진다. 다른 가족들도 다 같이 먹어야 하는 밥상이면 더욱 그렇다. 최근 분위기에 편승해 쏟아지는 상법 개정안도 문제다. 이러다 큰일나겠다는 비명소리가 경제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제 나라살림도 좀 챙기면서 최순실 게이트 이후를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어려운 시기, 국가 살림을 걱정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열심히 챙기고 “우리 기업들, 일자리 챙기고 세금 꼬박꼬박 내느라 힘들죠!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해주세요” 하며 눈 한 번 찡긋해주는 지도자 좀 어디 없을까. 너무 지나친 바람인가.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 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